오늘은 12월 21일, 오늘 하루는 완벽했다. 우선 내일부터 우리 학교는 방학이다. 주말을 포함한 13일의 길고도 짧은 시간이 주어진다. 이 시간동안 해야할 일들과 계획은 휴식이 없다고 해도 좋을 만큼 빡빡하다. 이 이야기는 방학 끝에 써야겠다.
어쨋든 오늘은 방학 전 마지막 날이었기에 학교에서 assembly를 하였다. Homecoming 때에도 이런걸 했었는데, 한국으로 따지면 방학식에 하는 조회라고 말하면 될라나? 하지만 그것보다 스케일이 훨씬 엄청나다. 딱딱하지 않고 즐기는 분위기이다.
체육관에 전교생이 모여 학년별로 간단한 게임을 하기도 하고 치어리더뿐만 아니라 여러 동아리들이 퍼레이드처럼 입장도 하며 축제 분위기이다. 나는 또 다른 교환학생 Fin과 함께 체육관으로 가서 친구들이 모여있는 곳에 같이 앉아서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우리 둘다 활동하고 있는 international club 선생님과 몇몇 친구들이 우리를 찾고 있었다.
우린 급하게 그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갔더니 잠시 후에 우리보고 짧게 speech를 하라고 하는 것이다. 5명의 교환학생들에게 크리스마스를 기념해 전교생 앞에서 자기소개와 인사말을 하라는 것이었는데 당황스러웠지만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침착하게 머리를 굴렸다.
순서를 기다리며 간단히 어떻게 말할지 생각해두었고, 생각했던 것보다는 많이 떨지 않았던 것 같다. 미국에 온 뒤로 왠만한 상황에는 별로 쫄지 않게 되는 것 같다. '2000명이 넘는 사람들 앞에서 언제 또 이런걸 해보겠어' 하는 마음으로 담대하게 맞섰고, 반응도 좋아 뿌듯했다. 또 다른 경험이 쌓인 것 같다고 느꼈다.
Assembly가 끝날 때쯤엔 가운데 다 모여서 구호(?)같은 것을 외치며 어느 학년의 목소리가 큰지 겨루는 게 있다. 친구들을 업거나 목마를 태워 뛸 정도로 열정이 넘치는데 내가 업힐 줄은 상상도 못했었다. 같은 오케스트라 수업을 듣는 친구 중에 체구는 작은 편이지만 늘 밝고 쾌활해 웃음을 주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가 senior라는 걸 오늘 처음 알았긴 했지만, 어쨋든 거의 막무가내로 날 업어버렸다. 안그래도 살이 쪄서 무거울 텐데 나보다 작은 여자애가 날 업고도 뛸 정도면 힘이 엄청 난거 같다.
미국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체력이나 힘이 좋은 사람들이 많은 것같다. 결국 우리 학년이 이기지는 못했지만 어쨋든 Assembly는 잘 마무리 되었다.
그 후 집에 왔더니 한국에서 부모님이 보내주신 택배가 와있었다. 너무너무 설레는 마음에 집에 오자마자 옷도 갈아입지 않고 택배를 열어보았다. 호스트 가족들에게 할 선물들부터 작은 간식거리, 옷, 팩 등 내가 필요한 것들을 신경써서 보내주셨는데 너무 감동이었다. 솔직히 때수건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는건 안비밀.
사실 지금 호스트 가족과 살면서 재미있고 행복하다고는 하지만 남의 집에 살면서 서러운 감정들이나 속상한 것들이 내심 있었는데 엄마아빠가 보내주신 것들을 보니 한순간에 마음이 뻥 뚤리는 기분이었다.
이렇게 나를 사랑해주고 신경써주는 분들도 있는데 괜히 기죽지 말자는 생각도 들었고, 엄마아빠께 너무 감사했다. 꼭 성공해서 자랑스러운 딸이 되고 싶다. 아빠 엄마 사랑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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